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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30] 문화일보_“모두가 내 손자·손녀… 즐겁고 보람”
서초노인
2007-04-30
“모두가 내 손자·손녀… 즐겁고 보람”
서초구 60대 어르신들 서일초교 1학년 급식 도우미로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
지난 27일 정오 서울 서초구 서일초등학교(교장 양천희) 1학년 1반 교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쓴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입가에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급식대를 밀고 교실로 들어섰다. “와~‘도담선생님’오셨다! 선생님, 오늘 반찬은 뭐예요?” 아이들이 반가운 함성을 지르며 급식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도담선생님’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도담도담’에서 따온 이름으로 사랑과 정으로 아이들을 보듬는 어르신 급식 지도사에게 붙여진 이름. 서울 서초구 구립서초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아이들의 급식지도를 담당해 줄 60세 이상의 남녀 어르신 33명을 모집했다.
흰 장갑을 끼고 그 위에 또 위생 비닐장갑을 낀 도담선생님들은 급식대 앞에 차례차례 줄지어 선 아이들에게 맨 먼저 물수건을 나눠줬다. 단장 도담선생님인 정용민(70) 할아버지가 “오늘은 상추를 싸 먹을 테니 손을 깨끗이 닦으세요”라고 앞서 당부했다. 흰 쌀밥에 돼지삼겹살과 상추, 깻잎, 쌈장, 김치, 미역국 등이 차례로 식판에 올랐고 아이들은 “감사합니다”하고 해맑은 인사를 보냈다.
도담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밥을 퍼 주면서 ‘말을 하면 혹시라도 음식에 침이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그저 흐뭇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1반 28명의 아이들이 숟가락을 들자, 도담선생님들은 이리저리 다니며 부족한 반찬을 더 올려주기도 하고 ‘고기와 상추를 함께 먹어야 건강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 할아버지는 “‘도담선생님’으로 활동하기 전 3일 동안 ‘아동심리’, ‘식사예절’, ‘식품위생’ 등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며 “우리 노인들이 친손자 같은 아이들의 급식도우미로 활동하니 재미는 물론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김가현(여·7)양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밥을 주니 더 맛있다”며 행복해했다.
오인효(여·45) 담임선생님은 “무엇보다 ‘공포의 급식당번’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들이 학교 급식 당번을 부담스러워했는데 지역 어르신들 덕분에 문제가 해결됐다”며 “어르신들이 점심시간 내내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식사 후 뒷정리까지 다 도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좋아했다.
서초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취지에서 일당 2만원을 드리고 모셔왔지만 그 외에도 아동의 올바른 식습관 지도와 학부모들의 급식당번 부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더욱 확대돼야 할 사업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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