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들의 '베토벤 바이러스'
서울 서초노인복지관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
55세 이상 아마추어 17명 지원… 제2의 인생 도전
29일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서초노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시니어 실내악단' 멤버를 뽑는 오디션이 열렸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클라리넷·플루트를 연주할 단원 10명을 뽑는데 55세 이상 '동네 어르신' 17명이 지원했다. 서울 시내 28개 노인복지관 가운데 클래식 악단을 뽑는 곳은 서초복지관이 처음이다.
오디션에 응한 주민들은 음악과 무관한 생업을 가지고 살다 은퇴한 뒤 '제2의 인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김충진(69)씨는 클라리넷을 쓰다듬으며 "회사원으로 은퇴했지만, 20대에는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불었다"며 "4년 전 캐나다에 여행 갔다가 중고 악기 노점에서 50달러를 주고 클라리넷을 사서 연습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앙대 부총장을 지내고 3년 전 정년 퇴직한 김경무(69)씨는 "6개월 전 강남구립문화센터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가곡 '보리밭'을 연주했다. 박삼진(61)·백승심(여·60)씨 부부는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로 오디션에 참가했다. 부부는 "취미 삼아 7개월 전부터 함께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디션에 도전했다가 "떨려서 못하겠다"고 막판에 불참을 통보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시니어 실내악단'은 내달 중순 멤버를 선정한 뒤 오는 8월까지 연습 기간을 거쳐 9월부터 서울 인근 요양원과 보육원을 돌며 무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심사를 맡은 박상연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대표는 "잘하는 분들이 두세 분 눈에 띄지만 앞으로 맹훈련을 해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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